고등학교때 우리친구들이 모두 우러러 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또래보다 성숙했고 이뻣다.
거기다 영어와 우리말이 능통했기에 이민온지 얼마되지않은 나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으리라.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주제파악이 너무나 확실한 나는 아예 거뜰도 보지도 않았다.
물론 그쪽도 당연히 그랫겠지만.
학교에선 매년 일년에 한번 "Korean Night" 행사가 있었다.
코리안클럽 주관으로.
매년 그때가되면 기타를 들고나가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곤 했었는데
어느해인가 내친구와 그애가 같이 사회를 보게 되었다.
한국친구들끼리 자주 함께 점심을먹던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모여 연습을 같이 하곤 했었다.
그때 우리사이엔 이노래가 유행했었는데 쉬는 시간마다 내가 이노랠 멋지게(?)
불렀다.
그럴때면 항상 그아이가 쪼로록 달려와 내옆에서 음악 감상을 해주는것이었다.
노래가 너무 좋다며. (노래 잘한다는
얘기는 한번도 없었다.
)
그당시엔 주로 팝을 들었지 한국노래는 그냥 구하기조차도 힘든때였다.
사실 나도 이노랠 한국에서 갓 온놈한테 배워서 알게 되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우린 친하게 되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그리고 나완 전혀 상관이 없을꺼라 생각했었는데.
학교가 끝나면 친구가 모는 똥차에 우르르 몰려타고 햄버거집으로, 바닷가로 몇번 놀러 갔었다.
얘기를 해보니 참 착한아이였다. 날라린줄 알았는데...
사실 갠 좀 날라리였다.^^
내가 즐겨듣던 테입이 있었는데 그게 송창식의 "사랑이야"
다.
어느날 이테입을 차에서 들으며 어디론가 가고있었는데 "이사람 누구에요?"
아니, 송창식을 모르다니...그럴수도
있겠지.
어렸을때 왔으니.
이앨범에 실린 송창식의 노래는 첨부터 끝까지 버릴께 하나도없이 모두 좋다.
노래가 모두 좋다며 빌려줄수 없겠냐는 거다. 당연히 빌려 줘야지.
내힘으로 못꼬시면 송창식의 힘을 빌려서라도 꼬셔야지.
생각해보면 난참 바보였다.
이 절호의 찬스들을 모두 보내고 늘 친구들과 (도움이 전혀 안되는) 모여 어떻게 하면 내 사랑을 고백할수있을까 쓸데없는 고민만
잔뜩했다.
막상 만나면 바보같이 아무말 못하고.
편지도 써봤다. 머리털나고 아마 첨일것이다.
이런게 연애편지라는 거구나.
물론 전달이 안됬다. 친구한놈이 "야,
이런건 말로 하는거야 임마" 하는 바람에.
시간은 흘러 행사도 끝나고 그아이를 감동시킨 노래도 부를일이 없어진 어느날 교실에서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그아이가 불쑥 찾아와 그 테입을돌려주면서 "잘들었어요"
하고는 사라지는것이다.
그런데 이게 우째된일이가! 내가 받은건 테입이 아니라 거 왜 여자들이 들고다니는 powder
같이생긴,
뚜껑을
열면 위는 거울이고 밑엔 얼굴에 바르는...내가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하여튼
그걸 놓고 간거다.
그리곤 거울 주위엔 "Let's be a friend" 라는 글이 동그랗게
새겨저 있는것이었다.
불쌍한 이몸은 또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 도움안되는 친구들을 불러모우고
난리가 났다.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단순사고로 잘못 핸드백에서 나온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어떤 암시적인 힌트를 준것일까.
용기없는 나에게 난 준비가 됬으니 남자답게 치고 들어오라는....
몇날 몇일을 그렇게 고민했는지 모른다. 요즘세대엔 이해가 안갈지 모르지만
그땐 그랬다.
그렇게 멍청하게 지내고 있을때 그녀가 테입을 들고 나타났다.
"어머,
왜 그때 잘못받았다고 얘기 안했어요?" 하곤 뺏어들고 돌아서간다.
난 긴머리를 찰랑이며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싶은 심정이었다.
친구들은 이일을 헛다리사건이라고 불렀다.
아! 누가 짝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하지만 나에겐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가있다. 과연 그녀의 마음은
어느쪽이었을까?......
여자의 마음은 여전히 모른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음을...
그때 그녀를 감동시겼던 노래가 바로 노고지리의 "찻잔" 이었다.

오 그대여 (SuperSang)
(이것이 취미로 노래를 만들게되는 계기가된 첫곡이 되었다.)
feb.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