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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송창식 글, 가락, 노래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말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 |
봄기운이 완연해진 날씨 탓인지 몸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쫙 펴고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지요. 오늘의 주인공은 4월과 잘 어울리는 송창식의 <선운사>입니다.
이런 걸 예술의 힘이라고 해도 될까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골역이었던 정동진이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하나로
관광명소가 되어 사람들이 바글거리듯, 이용의 <잊혀진 계절>때문에 10월의 마지막 날이 뭔가 중요한 날처럼 여겨지는 것 말이죠.
음, 이건 조금은 다른가요?
어쨌든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많은 문인들이 선운사를 노래했답니다.
서정주도 그렇고 최근의 최영미 시인도 그렇구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 날 때처럼 /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 최영미의 「선운사에서」중
선운사라는 곳이 이처럼 절로 노래하게 만드는 곳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선운사라는
곳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게 한 공로는 역시 송창식의 이 노래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에서는 계속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라고 묻네요. 여기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제 대답은 “아직….” 다만 관악산 밑자락에 살 때 관음사를 다닌 일이 있다고 하면 동문서답인가요? 언젠가 관음사를
한밤중에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내내 목탁을 두드리며 독경을 하던 스님과 간절히
절을 올리던 한 아주머니. 담에 기댄 채 법당 열린 문 사이로 한참을 보았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빌었을까요.
문득 그 분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절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슨 소원인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간절히
바란다는 건 바로 이런 거구나, 다른 사람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함께 바라게 되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답니다.
역시 이것도 노랫말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군요. 선운사 얘기를 하다보니 갖가지
상념들이 오락가락합니다.
누군가는 이 노랫말을 보면서 좀 촌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
노래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지도 모를 수 있구요. <가나다라>, <토함산>, <참새의 하루> 또 얼마 전 윤도현의
리바이벌로 색다르게 들을 수 있었던 <담배가게 아가씨>까지 송창식 외에 이런 독특한 노랫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송창식이 더 이상 새 노래를 만들지 않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하네요. 참 좋은
노랫말과 가락 그리고 송창식의 푸근한 목소리까지는 좋으나 노래에 나오는 여자 코러스,
“…있나요”
이건 조금 심하지 “…않나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들입니다.
글·유인혁
선운사 (송창식)
유인혁 님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민중가요 단체인 <꽃다지>에서
작곡활동을 시작, '바위처럼', '한걸음씩', '노래만큼 좋은 세상' 등을 만들었으며 현재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유정고 밴드>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